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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때 도를 아닙니까한테 추격당했던 썰.ssul

요즘은 페이지 옛날 글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는데, 그냥 삭제하긴 아까워서 여기다가 남겨봄.
요건 5년 전에 썼던 썰임.. 썰인데 뭔가 소설같이 썼네? 5년 전의 나….
근데 그때도 스무살이 아니라니 ㄹㅇ 늙었다 나란 아저씨
아무튼 바로 옮겨써봄 (맞춤법 수정이라든지 살짝 각색할 수 있음)


  ‘도를 아십니까‘를 거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것이 궁금한 배팔러들을 위한 이야기다. 스무살이 된 지 채 1달도 지나지 않은 쌀쌀한 날씨의 겨울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대학에 합격한 애들, 재수를 준비하는 애들, 군 입대를 앞둔 애들…
누구 하나 구분하지 않고 그 때는 정말 모두 함께 미친듯이 노는 시기였다.


그 날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술 엄청 마시고, 노래방에서 돼지 강아지 마냥 꽥 꽥 소리지르고..
가끔은 피시방에서 밤을 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당연하다는 듯 지하철 막차 시간인 저녁 11시가 돼서야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어쨌든 난 그렇게 지하철에서 내린 후,
깜깜하고 추운 밤길을 약간의 뜨뜻한 취기와 함께
천천히 뚜벅 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불쑥 사람이 나타났다. 185는 되어보이는 큰 키와 시원스러운 성격을 가졌을 것 같은 얼굴의 남자였다. 나이는 한 20대 중후반 쯤으로 예상이 됐다.
“얼굴의 기운이 맑아보이세요. 잠시 얘기 가능할까요?”
“?”
지금은 흔하고 흔하지만 당시에 ‘도를 아시나요’ 류의 사람을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했고,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다.


일단 반사적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늦은 저녁이지만 역시 시내라서 그런지 사람이 적진 않았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아저씨가 지나가는 것도 보였다.
어떡하지… 궁금한데 조금 들어보기라도 할까…


“정말 잠깐이면 됩니다.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얘기에요.” 자신을 ‘역술가’ 라고 소개한 그 청년은 확신에 찬 눈동자와 목소리로 호소하듯 말했다.
‘시X 역술이 뭐길래 이 지X이지…’ 
난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듣고 지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아저씨가 지나가는 것이 또 눈에 보였다.


그의 얘기는 진짜 겁나 길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하늘의 ‘운명적인’ 좋은 기운들이 당신에게 들어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당신 마음 속의 벽이 막고 있어서 원활하게 기운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충분히 개소리)
그래서 그 기운을 전부 받으려면 하늘에 있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 제사를 하는 곳은 여기 주변 OO병원에 있는 강당인데, 지금 같이 가도록 하자.
그럼 앞으로 당신이 하려는 일들은 모두 잘 풀릴 것이다…..뭐 이런 이야기 었다.


‘아니 무슨 잠깐이면 된다고 했으면서 얘기도 겁나 오래 하고, 뭐?
무슨 병원까지 따라가야 한다고? 내가 미쳤나 ㅋㅋ’
이러면서 그래도 역술이 뭔지 궁금하니까 계속 얘기를 듣는데 (미친 거 맞는 듯) 슬슬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 이야기가 점점 지루해졌고,
이상하게도 아까부터 보였던 노란색 점퍼의 아저씨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했다.
내가 눈에 치명적인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노란색 점퍼의 아저씨가 계속 내 주변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때부터 섬뜩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아 저 집에 가족들도 기다리고 있고, 늦게 가면 걱정해요..
그 마, 말씀 잘 들었고, 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사인가? 하러 가볼게요
지금은 곤란한 거 같아요 갈게요”


열변하던 청년의 얼굴이 딱 굳더니 얼굴색도 흙빛이 돌고, 저건 식은땀인가?
“아, 아니 지금 꼭 제사를 같이 하러 가야 됩니다. 시, 시간이 얼마 없어요”
말까지 더듬었다.
노란색 점퍼의 아저씨가 천천히 내 옆을 관찰하듯 또 지나갔다.


어느새 길가에 사람들도 뜸해졌다. 아깐 분명 많았던 것 같은데.. ‘하 진짜 내가 병X이었구나! 빨리 도망가야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막 들었다.
최대한 점퍼를 입은 아저씨를 신경쓰지 않는 척 하면서 “죄송합니다. 진짜 가봐야 돼요. 진짜 죄송합니다. 다음에 봐요 안녕히 계세요”
하고선 대답도 듣지 않고 등을 홱 돌린 후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어가려고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쪽이 내 집 방향도 아니었다.


한 10초는 걸었을까? 나는 혹시나 싶어서 살짝 뒤돌아봤다.
나를 설득하던 청년과 노란색 점퍼를 입은 아저씨가 얘기를 나누며 나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둘과 눈이 마주치자 머리 속에 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일단 달리기 시작했다.


또 한 10초는 달렸을까? 뒤를 돌아봤다.
그 2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와 씨X 이거 뭐 몰래카메라 아니야? 씨X씨X’
무서워서 미친듯이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나도 모르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한 아파트로 무작정 달려들어가서 무작정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힘들어서 멈추고나니 15층이었다.
얘내들은 왜 굳이 날 이렇게까지 쫓아올까?? 왜????
나도 도저히 모르겠다.


아파트 계단 창문을 통해 밖을 봤다.
노란색 점퍼가 눈에 들어왔다. “와… 와 씨X……” 입 밖으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아파트 관리인이나 112, 뭐 아니면 아무 집이라도 노크해서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는데
찐따였던 건지 그냥 멍청했던 것 같다.


난 거기서 창문으로 그들이 사라지는 걸 확인할 때까지 새벽 내내 서있었다.
엘레베이터가 1층에 멈추거나 움직일 때마다 ‘혹시 15층에 올라오면 어떡하지?’
계단소리가 들릴 때마다 ‘혹시 날 찾으러 온 거면 어떡하지?’ 등 온갖 상상을 다 했던 것 같다
나중에 존버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1층으로 내려갈 때도 ‘혹시나 마주치면 어떡할까’ 너무 무서웠다


뭐 지금의 난 멀쩡히 배드마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너네 아직도 내가 배마같아? 는 개소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헛웃음도 나오고, 무슨 인터넷 주작썰 같기도 한데 나한텐 뭔가 자꾸 일이 생긴다.
(내 주변사람들도 내 인생이 트루먼쇼라고 인정함) 아무튼 그땐 진짜ㄹㅇ 무서웠다.
첫번째 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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